150조원 금괴 실려있다는 돈스코이호와 신일골드코인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보물선이 화제가 됐습니다.

얼마 전 제일제강의 최대주주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재직 중인 회사, 신일그룹에서 150조원에 달하는 금이 실려 있는 보물선을 발견했음을 밝혀서인데요.

신일그룹은 보물선 인양, 상장사 인수만이 아니라 암호화폐 판매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세계 최초 가상화폐 실물경제 국제거래소"라며 "150조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호 탐사, 인양,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등 관련 부가사업을 통한 이익을 국민들과 사회에 기부하고 직접 고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익을 국민과 나누기 위해 회원 가입만 해도 신일골드코인(SGC)을 지급하고, 추가 회원 유치시에도 SGC를 지급할 것이라 했습니다.

SGC는 신일그룹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암호화폐입니다. 이들은 보물선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SGC의 가치를 뒷받침 할 것이라 설명합니다.

SGC가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SGC의 사이트 도메인은 두종류인데, 하나는 '신일광채그룹' 명의로 지난 1월5일 등록됐습니다. 신일그룹과 신일광채그룹은 본래 같은 회사였으나, 갈라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른 것은 3월29일에 등록됐습니다.

신일그룹 자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50일 가량 됐습니다. 지난 6월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됐죠. 업종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로 등록돼 있습니다.

신일그룹측에 따르면 150조원에 달하는 금괴가 실린 러시아 침몰선을 발견했으며, 이익을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암호화폐 SGC를 지급할 계획입니다.

SGC은 거액의 금괴가 실린 보물선을 담보로 하고 있습니다. 신일그룹은 1905년 5월 2일 자침한 러시아 제국 해군 발틱함대 소속의 장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함에 150조원에 달하는 금이 실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지난 17일에는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사진 등을 공개했습니다.

덕분에 이들이 이달 초 인수에 나선 제일제강은 당일 상한가로 폭등했습니다. 또한 SGC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현재 ICO를 3차까지 진행 중입니다만, 현 시점에서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출처=네이버 옛날신문 서비스

첫번째는 돈스코이호 그 자체입니다. 돈스코이호는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전설의 보물선입니다. 1981년 6월 동아일보와 매일일보를 보면 울릉도 인근에 잠든 러시아 보물선 인양에 나선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밝힌 금의 규모는 50조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인양 작업을 진행한 것은 '도진실업주식회사'입니다. 당시 일본에서 잠수정을 도입했지만 실패했습니다.

2003년 동아건설도 돈스코이호 발견을 발표했습니다. 덕분에 주가는 17일간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지요. 동아건설은 당시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았고, 인양은 중단됐습니다.

돈스코이호는 블라디미르 모노마프급 장갑순양함입니다. 배수량이 5976톤입니다. 여기에 1만4000톤에 달하는 금이 실릴 수 있을까요. 뉴욕타임즈는 2000년 초반 한국에서 보물선 돈스코이호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다루며 이를 지적했습니다.

두번째는 암호화폐를 다단계로 판매 중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코인을 판매한 판매자(팀장, 본부장)에게도 판매량의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등 전형적인 다단계 유형의 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SGC의 실존 여부조차 의심스러운 상태입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거래서비스란에서 SGC의 가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견 거래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이미지'일 뿐입니다. 심지어 2018년 9월30일 기준입니다.

암호화폐는 통상 개발 전에 철학과 소스코드, 구현 방법 등을 담은 백서를 공개합니다. SGC는 현재까지도 백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SGC를 홍보하는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 오는 30일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며,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9월 말 상장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또한 돈스코이호를 오는 10월26일 인양하고 12월에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 했습니다.

과연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SGC를 '스캠'으로 취급한지 오래입니다.

뉴시스는 19일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회장인 유지범씨의 본명은 류승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류씨는 과거 신일광채그룹의 홍건표 회장과 함께 STX건설 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 인수전에 뛰어들어 사기행각을 벌인 동료사이였다고 합니다. 홍씨가 구속되자 류씨가 사람과 아이디어를 빼내 새로운 회사를 차리며 관계가 틀어졌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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