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그랜드 오더 신년 보상 취소 논란으로 누적된 불만 폭발
시위용 트럭, 아이디어 내자 2시간만에 1000만원 이상 모이기도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미지//사진=넷마블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미지//사진=넷마블

“솔직히 ‘갈갈’ 못하겠네요. 하려고 했는데, 정말 못하겠어요. 계정 주인분이 얼마나 애정이 깊으셨는지 보이잖아요. 트럭까지는 좀 보고 가죠.”

지난 8일 밤, 인터넷의 한 스트리머가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Fate/Grand Order)  유저의 계정 하나를 보여주며 했던 말이다.

코스피 상장사 넷마블이 한국에 서비스하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유저들이 들고 일어났다.

상기 스트리머는 당일 해당 계정 주인(계정주)으로부터 대리 ‘갈갈’ 요청을 받고 로그인 해 계정을 살펴봤다. 이후 자신도 계정을 지우기가 어렵다면서,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라고 계정주를 설득하며 마무리 했다.

비슷한 시기 유튜브 등지에는 넷마블을 규탄하는 영상들이 속속 올라왔다. 커뮤니티에서는 시쳇말로 ‘불판’이 열렸다.

무과금 유저는 기본이고, 수천만원 이상을 게임에 투입했던 핵과금 유저들마저도 게임 상의 캐릭터와 장비를 전부 다 소각하는, 갈갈과 이를 공개하는 인증이 쇄도하고 있다.

인터넷의 ‘갈갈 인증’은 유저가 게임사에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항의다. 오랜 기간 공들인 모든 것을 없애고, 계정의 존재 유무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행동이다.

수백, 수천만원 이상을 투입해온, 누가 봐도 해당 게임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유저들까지 분노하며 캐릭터를 갈아 없애고, 게임을 접고 있다.

유저들은 왜 새해부터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 근하신년 이벤트 긴급 중단, 방아쇠를 당기다

2021년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캠페인 안내 이미지 캡쳐
2021년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캠페인 안내 이미지 캡쳐

직접적인 원인은 올해 1월 시작된 2021년 신년 캠페인이다.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로그인 보너스 캠페인’은 개최기간 중 로그인 보너스 일수에 따라 다양한 보너스 선물을 2배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1일부터 18일까지 접속만 할 경우 기존 스타트 대시 2배 분량의 로그인 보너스를 제공한다.

14일간만 로그인 해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은 최대 192개의 성정석(게임 상의 유료 재화)과 호부 40개(가챠 이용 아이템), 예지의 맹화 1782개(경험치 아이템), 황금색 열매 64개(AP 회복 아이템), 친구포인트 5만6000포인트, 400만 QP(게임 상의 화폐) 등이다.

로그인만 하면 유료 재화와 게임머니, 게임 아이템 등 보상을 대량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당연히 참여했으나, 4일 갑작스런 공지와 함께 캠페인이 중단됐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서 캠페인을 잠시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다음날 공지의 내용이 추가 됐다. 상세 내용 안내를 준비하고 있으나 검토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내용이다. 

다시 하루 뒤인 6일, 비슷한 내용이 추가됐다. 당일 오후 공식 카페에 장문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스타트 대시 캠페인의 적용 대상이 의도와 다르게 적용되고 있었기에 유저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복잡하고 긴 사과문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이는 스타트 대시 캠페인은 본래 ‘신규유저’만을 대상으로 하며, 기존의 유저는 이벤트 대상이 아닌데 3년 간이나 잘못 주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서비스 시행 후 3년간 멀쩡히 기존 유저에게도 지급하던 스타트 대시가 몇년간이나 ‘잘못돼 있었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당초 게임의 개발사와 운영사인 딜라이트, 애니플렉스, 소니 등이 퍼블리셔인 넷마블을 무시하고 압박을 넣어서 중단시킨 게 아니냐고 추정했다.

트위터 상의 한 한국 유저가 일본어로 트윗하면서 게임사가 한국 유저에게 지나치게 퍼준다는 뉘앙스로 글을 쓴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당 글은 리트윗을 4000넘게 받고, 좋아요도 1만이 넘어갔다. 이를 보고 일본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유저들이 딜라이트 트위터 등에 차별을 멈춰달라고 요청이 쇄도했다.

일반적으로는 퍼블리셔가 게임의 운영상에서 큰 힘을 갖지만,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워낙 성공한 게임이라 넷마블이 힘을 쓰지 못하고 끌려다닌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넷마블 공식 캐릭터 'ㅋㅋ' //사진=넷마블
넷마블 공식 캐릭터 'ㅋㅋ' //사진=넷마블

사실상 ‘한국 대기업이 일본 중소기업에 무릎을 꿇은 게 아니냐’는 게 유저들의 생각이었다.

유저 여론이 바뀐 것은 한순간이다. 해당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언론이 취재에 들어갔다. 이에 넷마블 측은 몇몇 언론에 외부 압박은 없었으며, 이벤트 중단은 오롯이 자신들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유저들은 해당 보도에 폭발했다. 외압이 없었다면, 오롯이 넷마블의 결정으로 유저에게 폭압적인 정책을 펼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분노했던 유저들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갈갈과 인증은 기본이고, 앱스토어에 가서 페이트 그랜드 오더 게임 어플의 평점을 1.1점으로 낮추기도 했다. 이는 병무청 어플(1.4점)보다도 낮은 점수다. 게임 어플이 이만큼이나 낮은 점수를 받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페이트 그랜드 오더 어플이 ‘낮은 신뢰도 앱’으로 분류돼 다운로드가 안된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현상을 볼 수 있던 게임은 없었다.

상기에 언급했던 ‘트럭’도 항의의 일환이다.

디시인사이드 페이트 그랜드 오더 마이너 갤러리에서 1달 동안 시위용 트럭을 통한 넷마블 행동 규탄 시위를 벌이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네이버 카페, 루리웹, 헝그리앱, 트위터, 아카라이브에 다른 디시 갤러리에서까지 돈을 보탰다. 통상 게임 커뮤니티는 같은 게임을 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하고 비방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이 그야말로 하나로 뭉친 것이다.

트럭을 빌려 시위하겠다는 한 유저의 발언에 고작 2시간 만에 천만원이 넘게 모였다. 이에 기부금 관련 법을 고려, 모인 자금의 일부를 돌려주기까지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부 논란이 있었으나, 모든 유저를 ‘완벽히’ 단결하게 만든 것은 8일 올라온 공지다.

넷마블 측은 이날 ‘[안내] 안녕하세요.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 운영진입니다’에서 “스타트 대시 캠페인은 원래 신규 유저만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론칭 이후부터 2021년까지 오랜 기간 적용 대상과 안내가 ‘잘못’ 진행 됐다”고 밝혔다.

또한 유저들의 혼란과 실망에 대해 공감하며 사과의 의미로 성정석 30개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벤트에서 지급되기로 했던 성정석의 분량은 192개다. 이벤트가 중단된 4일차까지 받았다고 해도 22개뿐이다. 170개 대신 30개만 주고, 앞으로는 아예 없다는 넷마블의 태도는 분노한 유저들에 기름을 들이부은 효과를 냈다.

◆ 유저들은 왜 분노를 멈추지 않는가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미지//사진=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미지//사진=넷마블

8일 공지로 유저들이 폭발한 것은 넷마블의 공식 대응이 유저의 불만을 하나도 해소하지 못했으며, 나아가서는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바꿔보면 고작 십여만원 수준인 유료 재화다. 이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간 수천만원 이상 들어간 계정을 갈아버릴 이유는 없다. 

실상은 잦은 거짓말과 이해할 수 없는 운영 방침에 질렸기 때문이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유저들은 그간 스타트 대시 캠페인에서 지급되는 유료 재화 등을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해오지 않았다. 

이 게임은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을때부터 그래왔다.

해외는 소소하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자주 재화를 지급했다. 국내는 자잘한 이벤트를 하지 않는 대신, 이를 모아서 연초에 한번에 주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그럼에도 지급되지 않은 아이템과 재화는 많았고, 이벤트도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 이 또한 차별로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 해당 사실은 그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예컨데 해외에서는 만우절에 당일 하루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공개한다. 또 이에 발맞춰 유료 재화를 지급하는 등의 이벤트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심지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두기 열풍 속에 게임이 2개나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당연하지만 번역은 물론이고 게임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관련 장비(예장)  다수가 지급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넷마블측은 공지에서 캠페인 누락 논란에 대해 “외부 행사나 방송 기념 캠페인 같이 한국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영상 공유, 칼데아 매거진 공개 등 다양한 캠페인으로 마스터 여러분에게 보상과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아직 진행되지 않은 캠페인과 보상, 개념예장도 최대한 서비스 상황에 맞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보상과 콘텐츠가 지급됐으며, 이 중 어느정도까지 우리나라에 지급됐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유저들 스스로 해외 서비스와 비교한 결과 최소 100개 이상의 유료 재화가 해외 서비스와 비교해 ‘적게’ 지급된 것을 확인했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급되는 예장 다수가 국내 서비스에서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유료 재화 지급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이 연초 스타트 대시 캠페인이었는데, 이를 중단한 것이다.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 것은 오롯이 이번 사례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대처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수준’이기는 했으나, 이전부터 문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넷마블은 그간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운영하며 상습적으로 유저에게 ‘거짓말’을 해왔다.

서비스 초기 4성 선택권 지급 논란만 해도 그렇다. 넷마블은 4성 캐릭터 선택권을 전 세계 서버에서 유일하게 지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한참 뒤 슬그머니 지급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오류와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에는 기프트 카드 프로모션을 시행하며 기간을 8월 31일이라고 거짓말 한 사건(실제로는 2월 21일까지만 프로모션 적용)도 있었다.

같은 해 여름에는 한국 서버에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가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넷마블 측은 당초 테스트 플레이어 계정이라고 주장했으나, 해당 계정이 공식 카페에서 재료파밍글을 쓰고, 프렌드를 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계정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넷마블 측은 “테스트 계정 관리 소홀이 있었다”며 “해당 테스트계정의 완전 삭제 및 해당 담당자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와 관련된 모든 업무 정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각종 오류, 버그 등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넷마블은 조용히 이를 묻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때마다 유저들에게 적발됐음은 물론이다.

결국 2019년 7월에는 사과와 재발방지 및 소통 구조 개선 약속 등을 담은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에는 인기 있는 캐릭터의 신규 픽업으로 새벽 시간에 서버가 폭발하기도 했다.

구글 플레이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한글판 어플리케이션 평점이 1점으로 내려가 있다//사진=구글 플레이 캡쳐
구글 플레이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 한글판 어플리케이션 평점이 1점으로 내려가 있다//사진=구글 플레이 캡쳐

넷마블은 이후에도 꾸준히 발생하는 버그에 공식적으로 “버그가 아니다”라고 답해왔다. 물론 유저들은 해외 서비스와의 비교를 통해 버그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린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

그간 꾸준히, 일률적으로, 꿋꿋하게 넷마블은 유저를 기만하고 거짓말을 일삼아 왔다. 이에 질린 유저들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예 넷마블이 퍼블리셔를 포기하고, 미국이나 일본 등으로 서비스를 이전해달라는 요구까지도 나온다.

유저들은 현재 트럭 시위 외에도 주주총회에서의 집단 활동 등을 예고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넷마블 측은 트럭 모금이 이어지던 지난 8일 밤 10시33분에 공지를 올린 뒤 주말을 조용히 지내고 있다.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시위를 시작한 뒤에도 넷마블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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