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C 시장 성장세 거세…고액자산가·ICO·거래소·채굴업체 등 참여

암호화폐(가상화폐)에서 장외시장(OTC)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자체는 본래 탈중앙화를 표방하며 등장했습니다. 중앙화된 거래소로 암호화폐가 집중돼 있으며, 거래소에 다수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거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죠.

적잖은 투자자는 ‘거래소 지갑’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그저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시스템 안에서 보유한 암호화폐, 혹은 코인에 대한 권리를 제공받은 것 뿐이죠. 실제로 암호화폐를 전부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조차 완전히 믿을 수가 없지요. 보안성과 신뢰성이 낮은 점이 계속해서 지적됩니다. 해킹을 두차례나 당하고 파산 선언한 유빗(구 야피존)의 사례가 있고, 코인이즈도 21억원을 해킹당했죠. 코인레일은 지난해 해킹으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업비트는 현재 가장매매, 허수주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 설립 등의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OTC가 뜨는 것은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는데다, 가격 급락으로 인해 장기보유에 대한 니즈가 커져서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2017년 말 고점을 찍은 뒤 위축되는 모양새입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기준 630억6248만9282달러입니다. 지난 2017년 12월17일 시가총액이 3271억5215만8087달러였으니 80.72% 줄어든 셈입니다.

대표주자가 이정도니 다른 암호화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존의 거래소를 벗어난 흐름이 보이고 있다는 건데요. 체인파트너스가 공개한 ‘육하원칙으로 OTC 시장 살펴보기’ 보고서를 보면 암호화폐 OTC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암호화폐 스타트업 서클은 지난해 36개국에서 OTC 거래를 통해 24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합니다.

체인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암호화폐 OTC 시장의 유동성은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의 약 2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장내시장보다는 OTC의 규모가 훨씬 큰데요. 암호화폐 OTC 시장 또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체인파트너스는 암호화폐 OTC 시장이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 즉 고액자산 투자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 ICO 프로젝트와 기존의 거래소, 채굴업체가 OTC 시장의 큰 손이라 설명합니다.

ICO라면 기본적으로 새 암호화폐가 등장하는 것이니 일반 거래소에 당장 등록되지 않습니다. OTC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사진=Pixabay

기존 거래소는 왜 OTC 시장을 이용할까요. 유동성 확보와 신규 암호화폐의 확보를 위해 가격에 덜 민감한 OTC 시장을 찾는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외라는 특성상 딜러와 브로커가 필요합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신뢰해야 거래할 수 있듯, 이 경우는 브로커를 신뢰해야합니다.

탈 중앙화를 꿈꾸며 등장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다른 방식의 중앙화가 이뤄졌는데요. OTC 시장의 성장이 탈중앙화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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