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말 기준, DLS 등에 700억원 넘게 투자해
수익률 5% 가정해도 1개 분기 버금가는 수준

최근 곰팡이 발견으로 난리가 난 남양유업의 '아이꼬야' 주스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거절한 것이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남양유업측은 배당보다는 장기투자에 사용해야 하기에 저배당 정책을 유지해 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시설투자만 놓고 보면 남양유업측은 동종업계 대비 매우 적게 투자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 투자라는 단어의 초점을 금융상품으로 돌린다면 남양유업의 해명이 맞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DLS 등을 통해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 확충만이 아니라 금융상품에 돈을 넣는 것도 투자다.

12일 남양유업의 국민연금 배당확대 요구 거절이 화제다. 앞서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선언 이후 두번째로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이를 단칼에 거절한 것.

남양유업의 배당확대 거절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첫 거절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됐다.

남양유업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000억원이 넘게 보유하고 있다. 정작 시가배당률은 0.1%다. 우선주는 그나마 높지만 0.5%에 불과하다. 경쟁기업과 비교해 배당율이 눈에 띌 만큼 낮다. 주주로서 배당 확대를 요구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남양유업은 전날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를 거절하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남양유업은 “지분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고, 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당을 확대한다면 늘어난 배당금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본다. 그럴바에야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일개 기업의 요구에 체면을 구긴 셈이지만, 실력행사(?)는 어려워 보인다. 남양유업의 주장대로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지분은 최대주주와 비교조차 되질 않는다.

남양유업의 지분율을 보면 홍원식 회장이 51.68%를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씨가 지분을 0.89%, 남동생인 홍우식씨와 홍명식씨가 각각 0.77%, 0.40% 지분을 갖고 있다. 과거 월리엄 홍(Hong William)이라는 이름으로 주주명단에 올라 화제가 됐던 홍 회장의 손자 홍승의 군 또한 0.06%의 지분을 들고 있다.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총 53.81%디.

지분율 자체는 경쟁사라 볼 수 있는 매일유업(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계 57.74%), 롯데푸드(48.21%)와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배당률이다. 매일유업의 2017영업년도 결산배당의 시가배당률은 0.69%다. 롯데푸드는 3.9%에 달한다. 남양유업의 0.1%와는 비교조차 되질 않는다.

남양유업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76억8368만원에 달한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이 46억231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은 충분하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과 롯데푸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698억6705만원, 592억9768만원이다.

남양유업측은 저배당의 이유로 투자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고배당보다는 사내유보를 함으로써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정작 남양유업은 적잖은 보유현금을 파생상품으로 굴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머니마켓펀드(MMF)에 101억3310만원을 넣어놓고 있다. 파생결합증권(DLS) 등에도 731억8519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어떤 DLS에 어떤 조건으로 자금을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다. DLS는 주식, 이자율, 통화(환율), 신용위험지표(기업 신용등급의 변동, 파산 등), 실물 자산(금, 원유 등), 원자재, 날씨, 파산발생 여부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투자한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특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DLS 같은 파생결합상품은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다. 대신 수익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지난해 10~11월께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연수익률 5~8%대를 내걸고 판매됐다.

남양유업이 5%의 수익을 주는 DLS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수입은 36억5926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분기순이익은 31억6955만원이다. 잘하면 투자를 통해 1개 분기 수준의 이득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남양의 주장이 틀린건 없다. 이 회사는 배당을 적게 주고 대신 모인 자금으로 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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