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은 회장 금호그룹에 불만 표해
증권시장, 자산 매각 기대…에어부산·아시아나IDT 등 상한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채권단이 금호그룹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결론을 내렸다.

11일 산업은행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그룹에서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채권단에는 산은을 비롯한 제1금융권 9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채권단측은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음을 문제삼았다. 또 5000억원의 자금지원 요청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이 크며, 향후 채권단의 자금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금호그룹이 이번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 이경열씨(3.1%)와 딸 박세진씨(1.7%)의 지분을 합친 4.8%뿐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은 박 전 회장이 31.1%,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21.0%를 갖고 있다. 이들의 지분 중 42.7%는 이미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다. 담보가 해제되면 다시 담보로 잡히겠다는 것.

채권단은 금호고속 지분은 담보 돌려막기이며, 실제 가치가 2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부인과 딸 지분만 맡기고 5000억원을 빌려달라는 요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그룹측의 자구안을 받고 “채권단에서 거액을 지원받고 3년 동안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망하면 회사를 내놓겠다는 거냐”는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또한 금호그룹의 자구안에 부정적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신한퓨쳐스랩 제2 출범식’에서 “채권단이 시장 반응 등을 감안해서 판단하겠지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면서 3년의 기회를 달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시장에서는 금호그룹이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날 증권시장에서 금호산업 우선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금호그룹이 자산 매각에 돌입할 경우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 등의 지분과 골프장, 아시아나타운 등 부동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에어부산이나 아시아나IDT의 경우 담보가 설정돼 있어 매각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은 이미 금호그룹이 자구계획 마련에 실패할 상황을 대비,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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