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에서 4조4천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은 삼성 특검사태와 관련해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을 내겠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약속과 달리 실명전환을 하지 않고, 과징금도 내지 않은 채 차명계좌의 돈을 모두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제출한 ‘2008년 조준웅 특검시 차명계좌 실명전환 실태’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64건의 은행계좌의 실명 전환율은 1.9%에 불과하다. 64개 가운데 단 1개만이 실명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63개 계좌는 계약 및 만기 해지했다.

우리은행에 보유한 차명계좌는 총 53건으로 1건만 실명으로 바꿨고, 52건은 계약해지 처리됐다. 하나은행 10건, 신한은행 1건 역시 만기 및 계약해지된 상태다.

957개 증권계좌는 모두 실명 전환되지 않고 전액 출금(이체)됐다. 계좌 646개는 폐쇄됐고 현재 계좌 311개가 유지되나 잔고가 없거나 고객 예탁금 이용료 입금용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17일 당시 조준웅 삼성 특검은 이건희 차명재산이 486명의 명의로 1,199개의 계좌에 걸쳐 약 4조 5373억 원 예치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은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모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할 것이며, 남는 돈은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며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에 따른 실명전환 적용 대상인지 묻는 박용진 의원실에 “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실명(주민등록표상 명의)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않으며,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실명법 제3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고, 금융실명제 실시 전 개설된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 전환해야 한다.

박용진 의원은 “이건희 회장에게 금융위원회가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그동안 징수하지 못한 과징금과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지금이라도 추징해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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