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소식에 시장에서 동물백신·닭고기·사료주 폭등세
中 1년 넘게 지속…수입육·대중국 돈육 수출 기업 주목
국내서는 내년께 돈육 가격 급상승 가능성 높아진 상황

사진=Pixabay

아프리카 돼지 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한국에 상륙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저녁 경기 파주의 한 돼지농가에서 돼지 폐사 신고가 들어왔다. 방역당국이 현장 검사에 나선 결과 이날 오전 6시 30분 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

국내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북한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발견된 것임을 감안하면 야생동물 등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서는 이미 지난 5월 30일 ASF의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이번 ASF 발병 소식에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당장 주목 받는 종목은 동물백신, 닭고기, 사료주 등이다.

투자를 고려한다면 국제 돈육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대중국 돈육 수출 기업 등에 주목할만 하다. 국내 양돈 기업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ASF, 치료약 없는 돼지 살해자

ASF 감염숙주: A. 사육돼지, B. 야생멧돼지(유럽형), C. D. E. 아프리카야생돼지(warthog, bush hog, forest hog 등), F. 물렁진드기(Ornithodoros. spp)//사진=농림축산검역본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약 200nm 정도의 DNA 바이러스다. 이병률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중병원성 및 저병원성으로 분류된다. 고병원성은 보통 심급성(감염 1-4일 후 돼지가 죽음) 및 급성형(감염 3-8일 후 돼지가 죽음) 질병을, 중병원성 균주는 급성(감염 11-15일 후 돼지가 죽음) 및 아급성(감염 20일 후 돼지가 죽음)형 질병을 일으킨다. 저병원성은 풍토병화 된 지역에서만 보고되었으며 준임상형 또는 만성형 질병을 일으킨다.

ASF가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해야 한다.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시 중단된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된다.  사육돼지와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의 야생멧돼지가 자연숙주다. 돼지 외에 물렁 진드기(soft tick)가 질병 전파 매개체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유럽 등지로 퍼졌다. 중국에도 전파돼 국가적 재난이 된 상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발생한 뒤 1년이 넘었으나 치료는 고사하고 돼지 가격 폭등세만 불러오고 있다.

◆ 수입육 가격 급등에 주목

발병소식이 전해진 17일, 이글벳, 우진비앤지, 신라에스지, 제일바이오, 백광소재, 마니커, 체시스가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이글벳과 우진비앤지, 제일바이오는 동물백신, 약품 제조회사다.

백광소재는 비금속 광물 광산업, 석회제조 판매업 및 산업폐기물 재생처리 회사다. 석회 제품이 방역에 쓰인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에스지와 마니커는 돼지고기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신라에스지는 어육소시지 등의 가공식품 제조업, 수산물의 가공 및 수산물 유통, 축육도매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마니커는 닭고기 제품의 생산·판매 회사다. 

ASF는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으나, 이를 꺼리는 사람들이 돼지 대신 닭이나 수산물을 소비할 것이라는 생각에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체시스는 자동차부품 제조회사다. 계열사인 넬바이오텍(지분율 17.68%) 덕분에 ASF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넬바이오텍은 동물의약품, 친환경비료, 사료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다.

이날 급등 종목을 놓고 보면 동물백신, 방역, 닭고기, 수산물 등의 종목이 ASF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외에 사료 관련주도 ASF 관련 종목으로 분류한다.

큰 틀에서 보면 수입육과 대중국 돈육 수출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내 기업의 경우는 돼지 가격 상승에 따른 영업환경 개선이 예상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ASF로 인해 중국의 연간 돈육 생산량은 5415만톤에서 3700만톤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중국 연간 돈육 소비량은 5500만톤이다. 단순 계산하면 1800만톤을 수입해야 한다. 미국 연간 생산량(1200만톤)을 전부 수출해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은 살처분 돼지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면서 일시적이나마 돈육 가격 급등을 억제했다”며 “7월부터 중국 내수가격 급등을 동반한 수입 급증이 시작됐다. 이는 공급 절벽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했다.

그는 “국제 돈육선물 ETF와 대중국 돈육 수출 기업, 미국거래소의 BRFS(Brasil Foods SA)나 브라질 거래소의 JBSS3(JBS ON NM) 등이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투자처를 찾는다면 내년 돈육 가격 강세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ASF 발병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내년 돼지 가격 강세 전환 가능성의 신호는 이미 중국 등으로 인해 확인 됐다”면서 “ASF 확산시 국내 대형 양돈업체의 영업환경 개선 요인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ASF 발생으로 사업 리스크 부담이 커진 영세농가 입장에서는 대형업체에 편입됨으로써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니즈가 확대될 수 있고, 양돈업체는 올해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한 돈가 약세가 2020년에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ASF 확산 시 국내 대형 양돈업체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영세농가의 편입 비중 확대와 돼지 가격 강세 전환 등의 측면에서 영업환경 개선 요인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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