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서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 당부
최근 ‘부동산 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방안’ 발표…우발채무 발생 우려

사진=Pixabay

증권가가 ‘부동산’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와 더불어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 당부까지 이어졌다. 이에 한동안 ‘신종 먹거리’로 여겨졌던 부동산 투자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0일 ‘금융투자회사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을 열고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설계 및 판매,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최근 주요 이슈와 관련해 자체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할 것을 주문했다.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은 최근 은행권에서 이슈가 된 문제다. 증권가에서도 해당 건의 판매가 있었으나 크게 이슈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해외 부동산 투자다. 최근 몇 년새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을 ‘쓸어담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나 종합금융투자사에 지정된 대형 증권사들은 불어난 자기자본으로 부동산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 국내에서 경쟁이 심화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투자잔액은 13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말 3조7000억원에서 278% 급증했다.

6월 말 기준 해외 대체투자 투자잔액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8%(8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 선순위 투자가 아니라 위험부담이 큰 후순위와 지분성 투자 비중이 63%에 달했다.

업권의 특성상 위험선호형 상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리스크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최근 KB증권이 3260억원 규모로 판매한 호주 부동산펀드와 NH투자증권 등이 발행한 4660억원어치 독일 부동산개발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호주NDIS펀드’는 이 펀드의 대출 차주인 호주 LBA 캐피탈(Capital)이 대출 약정 내용과 다르게 아파트가 아닌 토지를 구입해 논란이 됐다.

해당 상품은 장애인 임대 주택(SDA)을 매입·개발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3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보니 정작 LBA캐피탈이 SDA를 사지 않고 엉뚱한 토지를 산 것이 드러난 것이다.

KB증권측은 서둘러 자금 회수에 들어갔지만 전체의 15%는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882억원 상당의 현금과 부동산은 호주 빅토리아주 명령으로 자산이 동결된 상태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다수의 증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DLS도 개발사업 지연으로 만기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상품은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개발하는 독일 현지 시행사에 투자하는 싱가폴 자산운용사 반자란(Banjara)의 역외펀드(AGPI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현지 인허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만기 상환이 줄줄이 연기됐다.

해외에서 잇따라 문제가 생기면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미래에셋대우는 1조830억원을 들여 인수한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재매각(셀다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CBX타워 지분 일부를 셀다운 하지 못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투자한 에크호빌딩도 70~80% 가랑의 지분을 아직 재매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 또한 증권가에는 악재다.

정부는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설정했으며 2021년 7월에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또 2020년 7월 이후에는 가중치 50%, 2021년 1월 이후~2021년 7월 이전에는 가중치 75%를 적용해 충격을 완화시킬 예정이다.

해당 사태로 직격탄을 맞는 회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취하고 있어 규제 강화로 인한 영향이 경쟁사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은 자기자본 대비 177.5%에 달한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제와 관련, 모든 증권사의 IB 수익 성장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2016년 이후 증권사 IB 수익은 M&A·자문·보증 수익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이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 1실장은 “국내 증권사들의 신규 수익원으로 성장한 부동산PF 채무보증이 향후 제한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수익성 저하압력에 대한 각 증권사의 대응방안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며 “또한 우발채무 규모가 인위적으로 축소될 경우 사업이 지연되는 비우량 우발채무의 비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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