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제동

사진=대한항공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 취임 반년만에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

‘땅콩회항’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이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한진그룹이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뜻을 전했다.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의 회장직에 오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 회장을 동일인(총수)로 지정하는 등 잡음이 무마되는 듯 했다. 

이후 공동 경영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님 작고 이후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회장은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보름 여 만인 4월24일에 회장직에 올랐다.

법무법인 원 측은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했다.

법무법인 원인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은 2세 시절에도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2002년 별세한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은 생전에 이미 장남이 대한항공, 차남이 중공업, 3남이 해운, 4남이 금융계열사를 경영하게 했다.
 
잡음 없이 분리될 것이라 생각됐으나 이후 계열분리 문제와 정석기업(당시 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수 가진 비상장사)지분, 재산분배 등의 문제로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벌이다 갈라져나갔다.

3세 불화설은 이미 지난 5월 공정위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한진그룹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가족간 이견이 존재했다는 것.

이후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복귀했다. 조 전무는 ‘물컵 갑질’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지 14개월만인 지난 6월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를 통해 반격에 나서면서 불화설은 현실화 됐다. 한진가 3세가 사이좋게 사업 분야를 나눠 이끄는 대신 과거 2세 시대처럼 다툼 끝에 계열분리해 회사를 쪼개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각각 1.5:1:1의 비율로 상속받았다.

이 고문의 지분은 5.27%이며 3남매의 지분은 각각 6.46%, 6.43%, 6.42%다.

한진칼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총 28.94%다.

한진가의 우호군으로 전해진 델타항공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강성부 펀드(KCGI)는 15.98%를 갖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향후 다른 주주와의 연대에 나선다면 경영상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어느편에 무게 중심이 실릴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건설이 캐스팅보트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상황이 복잡하게 흐르면서 한진가의 내분이 대한항공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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