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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로 본 세상] “극단적인 ‘주주’ 환원주의의 끝”
사진=Pixabay

보잉의 구제금융 신청

우리나라 날짜로 2020년 3월 18일 미국의 대형 항공기 업체 보잉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금액은 600억달러, 원화로 약 72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렇게 말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보잉의 구제금융 신청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왜냐하면 공백기를 버텨낼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보잉, 스타벅스, 맥도날드, 필립모리스, 홈디포 등 기업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알면서 ‘우량한’ 것으로 인지되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들이 순자산, 즉 총자본은 ‘0’에 가깝거나 때때로는 마이너스(완전 자본잠식)를 오간다. 이들이 돈을 못 벌어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돈을 너무 잘 벌어서 주주들에게 극단적으로 환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 와서 재평가한다면, 이들 기업은 우량하면서도 매우 위험한 기업들이다.

우량한 기업들의 수익률 높이는 방법

그동안 ‘미국식 자본주의’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매우 급격한 속도로 주주에 대한 환원을 증가시켰다. ROE라고 하는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지표는 투자자들이 보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총자본 대비 얼마나 벌었는가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를 높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돈을 더 벌면 된다(띠용?!)”

만약 위와 같은 방법으로는 돈을 더 벌 수 없으면,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법이 부채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내가 안전하게 투자금 대비 5%의 수익만 낼 수 있다면, 100을 빌려서 이자를 3정도 주더라도, 2가 남으므로 ROE를 올릴 수 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천재적인’ 방법이다. 바로 레버리지 효과다. 근데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을까?

있다. 있어. 당연히 있다. 더욱 빚 빌리는 궁색함도 없고, 좀더 우아하게 ROE를 올릴 수 있다. 바로 분모인 자기자본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나온 흐름이 바로 자기자본을 줄이고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었다. 배당을 주는 것도 자기자본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방법이다.

사진=Pixabay

애플과 나이키가 자사주를 매입한다

애플의 주가가 몇 년 사이에 엄청 올랐는데,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도 있지만, 자사주 매입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2019년 9월 말 기준으로 과거 3년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총 1730억달러이다. 작년 9월에서 현재시점까지도 엄청난 금액의 자사주를 계속 매입하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애플의 자본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기 전 나이키의 시가총액은 대략 1500억~1600억달러 수준이었다. 나이키는 과거 연간 30억~40억달러의 순이익을 남겼다.
 2016년 5월말(결산일) 기준 120억달러이던 순자산은 2019년 5월말 기준 어떻게 변하였을까? 놀랍게도 90억달러정도로 오히려 감소했다. 왜 줄었는 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다시 ‘우량하면서 위험한 기업들’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면, 우량하고 위험한 기업들은 애플, 나이키가 도달했을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의 자본이 ‘0’이 된 이유는 기업이 너무 잘 나가서다.

회사 브랜드 가치가 높고, 엄청난 영업망과 충성스런 고객들이 있는 와중에 ‘남는 현금’을 모두 자사주를 매입하면, ROE를 극단적으로 올릴 수 있다. 누가 지금 ‘스타벅스’가 수년 안에 망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일 태양이 또 뜨는 것처럼, 스타벅스 매장은 언제나 가득 찰 것이다.

한국의 상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와 같은 기업은 남는 현금을 모두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주주수익률’을 높이는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다.

사진=Pixabay

내일의 태양 같은 스타벅스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미국 주식을 살 때 왠지 모르게 스타벅스 주식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스타벅스의 자본은 0을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를 ‘왔다, 갔다’한다. 보통 ‘0’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스타벅스 시가총액은 놀랍게도 모두 영업권(회사의 브랜드 가치, 네트워크, 충성스러운 고객 등 장부에 잡혀있지 않는 무형자산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회계사로서 손익계산서보다 재무상태표를 먼저 확인하던 습관이 있어서인지, 자본이 ‘0’인데 영업권에 100조원 이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본능적인 거부다.

단순한 관점에서 보자면, 순자산과 시가총액의 차이를 모두 ‘영업권’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지표로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ratio, PBR)이라고 할 수 있는데, PBR이 높은 기업들은 보통 높은 수익력이 있거나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들이다. 둘 다 없으면 거품일지도 모르겠다.

문병로 교수가 쓴 「매트릭 스튜디오」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 있다. 한국 시장을 백테스팅 해보니 PBR이 가장 주가를 잘 설명한다는 내용이다. PBR이 올라가면 항상 주가가 ‘떡락’(급락)한다는 내용은 덤으로 얻었다.

애플과 같은 브랜드 있는 최종소비재나, 구글과 같은 엄청난 온라인 영향력이 있는 기업들이 아니라 제조업 위주의 우리나라 기업들에 매우 잘 맞는 비율은 PBR이 맞다.

제조업은 결국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서 설비의 한계를 넘기 힘들기 때문에 장부금액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을 보면서 지나치게 높은 PBR 또는 무형자산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고 고평가가 아닌지 생각을 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미국 시장은 한국과 다르니 설명 변수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좋을 때는 무형자산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무형자산이고 뭐고 현금이 없으면 ‘말짱’ 꽝이다.

보잉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는 괜찮은 건가?

보잉은 아마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한테서 비행기를 사지 않으면 누구한테서 살거야? 에어버스(Airbus)? 어쨌건 우리한테서 살 거잖아.’

현재 보유 현금이 없어도 내일 또 다른 주문과 현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경제 운행을 멈췄고 오늘의 식량을 비축해놓지 않은 보잉에게는 급속한 심정지가 왔다.

우리 기업들은 어떤가? 다 살펴보지 않아서 확실할 순 없으나, 한 가지 공통된 경험치를 믿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각보다 재무적 안정성을 중시한다. 실제로도 높아져 있었다. IMF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각종 부작용을 야기했지만, 부채비율 200%라는 규제로 기업들을 통제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항상 ‘뭔가 터져도 버틸 수 있는’ 마인드로 기업을 운영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낮다. 두산 위기설이 나오길래 간단하게(정말 간단하게 5분) 살펴봤는데, 생각보다는 부채비율이 양호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보다 미국 기업에서 먼저 터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잉이 손을 들었다.

‘외줄타기’는 50센티 높이나, 지상 10미터 높이나 동일한 스킬이 필요하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아마 담력이다. 그런데 50센티 높이 외줄타기는 관객을 모을 수 없다.

반대로 10미터 또는 그 이상 높이에서 외줄타기를 한다면 볼 만한 구경거리가 된다.

거기에 안정장치까지 뺀다면(비용도 아낄 수 있다) 관객들은 열광하고, 더 많이 모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외줄타기 고수이고, 그를 99.9% 확신하더라도, 태풍이나 지진이 난다면? 외줄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참혹하다.

[글쓴이 소개]
박성원 지엔텍벤처투자 투자본부 팀장, 공인회계사(사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라임칼리지 교수

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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