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이오밍에서 배럴당 마이너스 19센트 유가 나타나
코로나19로 수요 감소하는데 공급 과잉은 지속 중인 상황
미국 셰일 기업 무너지면 미 경제 전체에 큰 충격 올수도

사진=Pixabay

미국에서 ‘마이너스 유가’가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원유 저장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부 정유사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비상식적 행위에 나선 모양새다.

3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산 원유가 배럴 당 △19센트로 떨어졌다.

원유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미국 노스다코타산 원유가 배럴당 △0.5달러로 거래된 바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일부 석유업체의 경영난에서 기인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북미 곳곳에서 유가가 한자릿수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공식적인 가격은 아직 두자릿수이나, 전망은 어둡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의 가격은 배럴당 21.51달러다. 두바이유는 33.91달러, 브렌트유는 24.93달러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이들의 가격은 모두 배럴당 50~60달러선이었다. 1개월여만에 절반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떨어진 셈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각 나라는 국경을 닫았다. 인적 이동과 물류가 끊어지면서 기름 수요가 크게 줄었다.

조만간 저장비용이 시장 유가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석유 업체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재고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다는 것은 석유 패권을 둔 산유국의 불협화음이다. 산유국 간에 감산 협의가 진행되질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 간의 불화는 지속 중이다.

사우디는 러시아가 감산 계획을 거부한 뒤 생산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협정이 끝나는 3월 말부터는 석유 생산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는 계속해서 하락 일로를 걷고 있다. 감산이 절실하나, 산유국은 증산에 바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미국 셰일업체들을 고사시키려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미국은 지난 2018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밀어내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다. 셰일오일을 대량으로 뽑아내면서 석유 강국으로 변모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석유 수출국 입장에서 미국의 에너지 강세는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셰일오일은 전통적인 오일 생산 방식과는 달리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들지만 이후의 생산비용 또한 높다. ‘적당한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채산성이 확보되질 않는다. 시장에서는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선으로 본다.

저유가를 넘어 마이너스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의 셰일 업체들은 파산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셰일 업체가 무너지면, 여기에 투자한 미국의 은행들도 무너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 전체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두자릿수를 넘어, 마이너스까지 넘보는 유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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