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시장 충격 고스란히 받을 듯…ELS 헤지도 문제
무디스, 국내 대형 6개 증권사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 검토

여의도 전경//사진=Pixabay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해외 부동산 시장 전반에 침체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주가연계증권(ELS) 헤지도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 부동산과 ELS에 골몰하던 국내 증권사에 쉽지 않은 시련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보유자산 가치가 급락해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리츠 지수는 한주간 △9.62%의 손실을 봤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해외의 상업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내 43개 주와 워싱턴DC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 식료품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사업체와 점포는 모두 휴점에 들어갔다.

미국의 상업 부동산 시장은 멈췄다. 배당은 중단됐으며, 주가는 폭락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호텔 리츠에 이어 리테일, 모기지, 헬스케어 리츠까지 배당금 삭감을 발표했다”며 “심각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실 확대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임대료 지급이 불가능해진 미국 임차인들이 임대료 파업(Rent
Strikes)을 진행하면서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상업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우리 금융투자업계에도 악재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몇 년새 미국, 유럽 등 세계 부동산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면서 풍부해진 자금을 전 세계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것이다.

국내 자기자본 규모로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대형 오피스 빌딩 마중가 타워를 약 1조830억원에 사들였다. 또 미래에셋그룹은 중국 안방(安邦)보험과 58억 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의 미국 고급호텔 15곳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도 타 대형 증권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이들 모두 최근 2~3년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수천억원대의 부동산을 쓸어담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펀드 설정액은 3월 말 기준 54조7935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5년(11조2779억원)과 비교하면 4.9배 급증했다.

부동산을 너무 경쟁적으로 사들이다보니 지난해 펀드 등에 재매각(셀다운)하지 못한 미매각 물량이 쌓이면서 증권사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태다.

현재 코로나19 최대 확산 지역은 미국과 유럽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이며 특히 선호했던 지역이다. 국내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 수익에 대해 우려를 더욱 높이는 요소다.

부동산 외에 ELS 문제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또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등급 하향 조정 검토’로 내렸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한국 증권산업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5조원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경우 자체 헤지 파생결합증권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헤지거래로 인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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