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 개간 23년…연 130만명 찾는 힐링가든으로"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이영자 원장을 만나러 가는 이른 아침, 북한강변과 축령산 자락은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말 그대로 ‘고요한 아침’ 풍경이었다.

숲속에서 꽃, 나무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일까? 마치 소녀 같은 미소를 지닌 이 원장은, 부군이자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의 “한국에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정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해마다 13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한국 최고 수목원으로 현실화시킨 주인공이다.

지금은 예쁜 교회가 있는 자리, 맨처음 수목원을 만들 때 그곳에 십자가를 세우고 매일 기도를 하면서 돌산을 일구고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렸다고 회상하는 이 원장의 표정에서 초창기 얼마나 힘든 고난을 겪고 이겨냈는가를 읽을 수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한가지. 아침고요수목원이 ‘둥지복지회’라는 모임을 운영한다는 것. 10여년부터 해마다 10여가구씩 아동입양을 지원, 지금은 100여 가구에 이르는 가정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입양에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 ‘더불어 함께’ 하는 만남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목원 운영에서 얻는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 주겠다는 의미에 시작한 일이란다. 이같은 일을 공개적으로 처음 밝힌다는 이 원장의 “그럴 수 있어 감사한다”는 말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의미를 새삼 생각했다.

- 부군이자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가 1994년 이곳 축령산 자락 화전민 돌산을 일구어 정원을 만들자고 했을 때 반대는 안했는지?

“남편의 포부와 이상이 실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반대할 필요가 없었어요. 너무 엄청난 꿈이라서…. 꿈 꾸는 것은 자유니까 오히려 맞장구를 치며 기분좋게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땅을 보러 다닌다고 할 때도 대규모 땅을 매입할 돈이 없었기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빚을 지면서 덜컥 토지를 계약하고 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 처음 시작할 때 힘들었던 고생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목원을 개원할 당시 원내 편의시설이 거의 없었습니다. 방문객이 늘어날 때 가장 시급했던 게 식당이었죠. 임시로 지금의 ‘고향집 정원’ 내 있던 초가집에서 평생 처음 제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팔았고 실수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냉면, 비빔냉면 양념을 구분하지 못해 비빔냉면에 육수를 부어서 물냉면 손님에게 주는 등 온갖 실수를 하면서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아침고요’라는 이름이 참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짓게 됐는지?

“캐나다 밴쿠버 빅토리아 섬에 있는 ‘부차드 가든’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편과 함께 장난스럽게 얘기하던 중 이름을 만들게 됐습니다. 한국에 정원을 만들겠다는 남편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여, 그럼 이름이나 한번 짓자며 한국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은 이름을 찾던 중 타고르의 시에서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표현한 것에서 착안해 ‘아침고요’로 하자고 했는데 실제 정원 이름이 됐어요”

-‘아침고요수목원’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적인 구도의 아름다움이 정원 내 곳곳에 스며있는 독특한 정원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해요. 세계 각국 어느 정원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편안하고 균형 있으며 입체감 있는 경관을 연출하는 것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준 것이라고 여깁니다. 한국적 곡선의 아름다움, 비대칭의 균형미 등이 모든 정원의 구도속에 포함되도록 설계하고 그 안에 각종 식물을 다양하고 아름답게 배치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만의 한국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아침고요수목원은 ‘국내 최초’ ‘국내 최대’ ‘국내 유일’ 등 수식어를 가진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arden(정원) 형태로 꾸며진 사립수목원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1994년 문을 열었습니다. 단순히 식물을 수집해서 식재한 식물원·수목원이 아니라 약 5000여종의 식물을 테마별 정원에 미학적 접근을 통해 식재했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심미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목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Garden(정원) 형태를 갖춘 최초의 식물원·수목원입니다. 우리가 개원할 당시만 해도 Garden에 대한 개념, 전문가도 없었어요. 그런 시대에 저희 아침고요수목원은 각각의 주제별 정원에 식물 배치를 통해 단순미, 통일미, 반복미, 균형미, 조화미, 색채미 등을 구현하여 전체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어루만지고 편안하게 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주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도록 했습니다. 저희 아침고요수목원은 진정한 Healing Garden(힐링가든)이라고 자부합니다”

- 아침고요수목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소중하고 보람 있는 것은?

“처음 문을 연 1994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국민들과 외국관광객까지 한국정원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기쁨을 누리도록 한 것입니다. 또 경영적으로도 성공을 거둬 전국 곳곳에 많은 후발주자 정원과 식물원, 수목원이 조성되도록 기폭제 역할을 한 것 또한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외에 우리나라 정원을 소개하고, 정원을 찾고 정원문화를 즐기는 수요를 창출해 국민들에게 ‘정원문화’를 확산시킨 것에 큰 보람을 갖습니다”

- 앞으로의 꿈, 계획은?

“국내를 넘어서 세계에 ‘아침고요’를 알리고 해외관광객이 즐겨 찾는 수목원이 되고자 합니다. 이미 동남아의 많은 중화권 관광객이 ‘아침고요’를 찾고, 고국에 돌아가 ‘아침고요’의 아름다움을 SNS 등으로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체 관람객의 약 6%가 외국인이었습니다. 여타 유명 관광지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크진 않지만, 개별 여행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는 유럽·북미 등 정원 선진국 국민들에게도 한국의 ‘아침고요’를 소개하고 찾아오도록 할 계획입니다. ‘아침고요’를 찾는 모든 발걸음에 마음의 안식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수목원이 되기를 소망하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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