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만큼, 자산매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미국이 무제한으로 시장에 돈을 푼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연준이 양적완화에 ‘제한’을 걸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QE는 중앙은행이 국채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이다. 통상 중앙은행의 정책으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을 때 등장한다.

또 연준은 별도의 대출기구를 출범해 투자등급 회사채도 매입하기로 했다. 금융위기때도 쓰지 않았던 카드다.

연준은 당초 지난 15일 네번째 QE를 발표했다. 당시 제시된 한도는 7500억달러다. 10일도 채 되지 않아 아예 ‘한도’를 풀어버린 것이다.

양적완화 정책은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인 2009년에 시작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당시에는 ‘한도’가 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무제한을 선언했다. 인쇄기를 돌려 돈을 무한정으로 찍어내 시중에 뿌리겠다는 선언이다.

연준은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와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를 출범했다. 두 기구는 기업에 대출을 지원하거나, 고신용 등급(투자등급) 회사채 및 회사채 연계 상장지수펀드 등을 매입할 예정이다.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업어음(CP), 학자금 관련 증권, 지방정부 채권, 자산담보부증권(ABS)도 사들인다. 하이일드와 레버리지론 같은 저신용 채권은 편입대상에서 제외했다.

연준은 이번 주에만 국채 3750억달러, MBS 2500억달러를 각각 사들이기로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 연준의 조치들은 무제한 달러 찍어내기를 통해 금융불안, 특히 신용 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한 공격적인 시장 개입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물론 현 코로나19발 팬더믹 상황을 연준의 통화정책만으로 진정시키기는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 실물경제 충격을 제외한 금융부문 충격, 특히 은행 시스템 위기의 선제적 방어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연준의 이번 조치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하며 “단기적으로 국채 금리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OIS 대비 CP나 리보 금리 스프레드, 회사채 스프레드 동향에 주목할때다. 향후 1~2주 정도의 시간적 간극을 통해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 확대 국면 진정을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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