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간 전 세계에서 우려 쏟아져
규제에 출시 지연 가능성도 제기
대중화 될 경우 실물경제 충격 우려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취약계층에 저렴하고 신뢰성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백서와 블록체인 테스트넷을 공개한지 이제 한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요.

공개 직후 쏟아졌던 우려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위기를 벗어낼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16,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상·하원 은행위원회의 리브라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리브라에 날선 반응을 내놨습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심지어 “리브라가 9·11 테러보다 위험하다”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리브라가 백서와 테스트넷 공개만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러 일으킨 것은 24억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정부의 공식 명칭은 가상증표)로 부릅니다. 실제로는 화폐라기보다는 투자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입니다.

비트코인은 플랫폼 없이 블록체인과 등장했습니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됐는데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유행’과 관계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 세컨드 라이프의 린든 달러나, 싸이월드의 도토리가 좋은 예입니다. 이들은 플랫폼이 흥했을때는 대안화폐로 인정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플랫폼의 유행이 지니 현재는 잊혀졌죠.

기반 플랫폼이 없다는 건 단점이기도 합니다. 등장 후 유저를 모으기가 어렵다는거죠.

리브라는 세계 24억의 유저를 보유한 대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진행합니다. 유저 수만 놓고 보면 77억 세계인구의 32.46%에 달합니다. 중복 가입자나, 가짜 계정 등 허수를 감안해도 실제 유저는 유저가 수억명 이상 될 것입니다.

국가, 국적, 시간, 공간의 구분 없이 수억에서 수십억의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등장입니다. 국가가 가진 화폐발행권을, 자칫하면 민간기업(실제로는 재단)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리브라는 스테이블(가치안정) 코인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주요 법정통화 예치금을 담보로 설정하고 이들과 1대 1 가치로 발행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국가의 화폐를 담보로 발행한다 해도, ‘선’을 넘을 수 있습니다. 그 경우 리브라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이사회는 무상의 권력을 가지게 되겠죠.

리브라 지배구조

금융연구원은 지난 20일 발표한 ‘리브라와 뱅크런, 그리고 토빈세’보고서에서 “리브라 등을 통해 일반 대중이 자국 법정통화를 극히 낮은 비용은 물론 규제도 받지 않고, 주요국 법정통화로 전환할 수 있는 지급결제 채널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실물경제에 충격신호가 발생하는 경우 그 위험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아르헨티나 국민이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자국통화인 페소화를 주요국 법정통화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실물경제에 충격신호가 발생하는 경우 이들이 보유한 페소화를 주요국 법정통화로 전환하려는 성향이 강화되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성립한다면 이 경우 페소화 가치가 과도하게 급락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차익거래자들이 집중 매집에 나서면서 돈 가치는 회복될 겁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실물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겠죠.

금융연구원은 “아르헨티나와 같이 평가절하를 수차례 경험한 국가들은 물론,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소형 국가의 경우 리브라와 같은 민간화폐 중심의 지급결제채널이 구축될 경우 대규모 자본도피에 매우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발생 가능성 외에도 중앙은행이 기존의 통화정책으로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는 매우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의 등장 후 10년이 더 지났습니다. 이후 암호화폐가 꾸준히 발달해왔고 수많은 알트코인이 등장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등장하자마자 세계의 30%, 적게 잡아도 10%는 지배할 수 있을 리브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로 민간단체의 대규모 암호화폐가 기존 정부의 화폐를 누르고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일까요. 여전히 물음표만 띄운 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글로벌 17억 금융 소외 계층의 은행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규제 당국의 우려대로 범죄자들의 은행, 혹은 독재 화폐 기업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결과는 알 수 없다”면서도 “중요한 시사점은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쓰일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의 첫 등장 이후, 암호화폐 생태계의 가장 큰 이슈이며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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