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한진칼 지분 매입 공시…한국판 주주행동주의 전략 기대
그레이스홀딩스, 한진칼 9% 보유했지만 연기금·투신 합하면 4% 차이
임시주주총회 보다는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표대결 벌어질 가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이후 갑질 논란에 휘말린 대한항공에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15일 등장한 ‘강성부 펀드’로 인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행위는 현재 대한항공 오너가 전체로 번진 상태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폭행 논란이 나왔고 밀수와 탈세 등의 중범죄 의혹까지 번졌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대 규모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이 국책 항공사라 하기에 부끄럽지 않냐는 여론이 높다.

투자목적유한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5일 한진칼 지분 9.0%를 신규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공시에서 장래에 사항이 발생할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54조 제1항에 명시된 행위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시행령에 명시된 행위는 임원 선임, 해임 또는 직무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배당의 결정, 합병, 분할과 분할합병 등을 말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의 자회사다. KCGI를 만든 사람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3일까지 한진칼 지분을 4.97% 보유중이었으나, 다음날 4.03%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보고 의무가 발새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이번 지분 매입 공시를 시장에서 주시하는 이유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이며, 시가총액이 1조4645억원”이라며 “삼성이나 현대차(엘리엇) 사례와 비교했을때 보다 적은 규모의 주식으로 사회적 지레에 기반한 주주행동주의의 효율을 살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놓여 있다”면서 “주요 자회사로 대한항공(지분율 30%),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한진(22.2%), 정석기업(48.3%)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을 제외했을때 조양호 회장과 특별관계인들은 대한항공의 지분 3.4%, 한진 지분 12.4%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정석기업의 경우 자기주식을 제외하고 계산한 한진칼의 실질적 의결권은 과반(55.5%)에 해당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장악할 경우 한진그룹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다.

지분만 놓고 본다면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3분기 말 기준 28.95%를 차지하고 있다. 그레이스홀딩스에 비해 19.95% 많은 상황이다.

지분 차이는 높지만 시장은 그레이스홀딩스측에도 가능성이 있다 본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소액주주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까지 주식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공시한 주주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8.35%,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81%, 크레딧 스위스 그룹 AG가 5.03%”라며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연기금의 한진칼 주식에 대한 순매도는 92만122주인데, 국민연금이 이를 모두 판 것이라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율은 6.87%까지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연금의 보유지분율 감소, 한투와 CS의 지분율 유지를 가정한 3개 기관 보유지분의 합은 15.72%”라며 “3개 기관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경우를 가정하면 지분율 격차는 4.24%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5일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에 공개서한을 보내 국가기관이 조사 중인 사안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방안을 청취할 필요를 주장한 바 있다. 그레이스홀딩스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소액주주를 끌어들일 개연성도 높다. 한진그룹은 그간 갑질과 횡령 등으로 인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를 감안하면 적잖은 소액주주가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별히 백기사(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세력)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그레이스홀딩스측도 한진 오너가에 비해 지분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것.

강성부 KCGI 대표는 전략 노출 등을 꺼리고 있어 개별적 언론 접촉 없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임시주주총회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 발행주식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총을 청구할 수 있으나,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의 상장사의 경우 6개월 이상 보유요건이 있다.
주시해야할 부분은 내년 정기 총회다.

3분기말 기준으로 한진칼의 이사진은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 석태수 대표이사 등 3인의 상근임원, 이석우, 조현덕, 김종준 등 사외이사 3인, 윤종근 상근감사까지 총 7인이다.

이들 중 석태수 대표,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만료일이 내년 3월17일로 예정돼 있다

타이밍을 감안하면 그레이스홀딩스는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에이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