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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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라~ 라거주세요.”

배우 박중훈은 지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오비(OB)라거 광고에 전속으로 출연하면서 큰 히트를 친 바 있습니다. 지금와서야 추억의 광고일 뿐이지만, 당시 광고는 국내에 라거, 나아가 맥주 열풍을 불러오는데 한몫 톡톡히 했다는 평입니다.

‘라거’는 오비(OB)맥주의 상징입니다. 오비맥주가 최근 ‘오비라거-라가비야’를 내놓았습니다. 레트로 컨셉입니다. Since 1952년이라는 라벨을 보니 참 오래 됐습니다.

역사가 ‘오래’됐다면, 지난해 오비맥주의 영업이익이 4089억원에 달했다는 점은 ‘새로움’일 겁니다.

자료=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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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는 1998년부터 외국계 회사입니다. 회사의 역사를 거슬러 보면 오비맥주는 1998년 5월 2일에 맥주의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후, 1998년 9월 1일에 ㈜두산이 인수해 맥주 사업을 확장합니다.

시작할 때는 두산 것이었는데 벨기에 회사인 인터브루사와 합작 설립입니다. 이후 인터브루사에게 지분을 넘기게 됩니다.

현재 대주주는 버드와이저 브루잉(Budweiser Brewing (Korea Holdings) Limited 100%)입니다. 인터브루사는 이후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이하 AB인베브)로 변했고, 버드와이저 브루잉은 AB인베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체입니다.

이렇게 보면 중간에 손 바뀜은 있었지만 1998년 이후로 벨기에 회사가 오비맥주를 소유했습니다.

오비하면 베어스 두산 그리고 우리나라 토종 맥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죠. 추억의 오비가 외국계 회사라니 조금 김 빠집니다.

마트에 가면 전세계 맥주를 손쉽게 살 수 있습니다. 오비맥주가 주도하여 우리나라에 수입맥주(마트에서 주로 보는~)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료=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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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오비맥주

오비맥주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자산 3조원에 부채비율 71% 매출액 1조5000억원, 영업이익 4089억원 영업이익률 26.5%, 당기순이익 2743억원, 그리고 당기순이익률 17.8%입니다. 추가로,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289억원입니다.

재무제표 상의 대표적인 5가지 지표만 봐도 “와! 정말 좋은 회사다”라는 느낌을 확 받을 수 있습니다.

3조원의 자산규모라면 시장 지배력도 적지 않을 겁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견주었을 때 맥주시장은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또 오비에게는 카스(맥주)도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국내 맥주 소매시장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오비맥주는 점유율 49.6%를 기록했고, 하이트진로는 25.3%로 절반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자료출처=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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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무제표로 돌아와 보면 2014년 이후 자산구조가 매우 안정적이고 매출도 지속적입니다. 또한 이익률이 높으니 수천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큰 투자가 없으니 수천억원의 배당도 가능합니다. 지난 2018년 배당금은 3450억원이며, 지난해는 4390억원입니다. 2년 연속으로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외국계 회사의 특징입니다. 100%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사내유보가 아닌 사내유출을 선택했습니다.

오비맥주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우 우량하며, 더 투자하지 않아도 늘 이익을 내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젠 맥주를 즐겨 마시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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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오비맥주의 재고자산으로 1183억원이 잡혀 있습니다. 이중에 원재료는 425억원입니다. 맥주회사니깐 ‘보리’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미착품도 170억원입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원재료인데 바다 위에 배에 담긴 보리라고 추측합니다.

오비맥주 유형자산 기초 기준 1조7000억원 중에 기계장치가 9420억원으로 잡혀 있습니다. 감가상각이 이미 많이 되어서 기말의 가치는 2925억원입니다.

맥주회사는 여름이면, 광고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오비맥주의 연간 광고선전비는 1205억원입니다.

감사보고서상에 기재된 오비맥주의 대표이사는 ‘벤마그다제이베르하르트’입니다. 어느 나라 분이실까요? 벨기에 분입니다. 한국이름은 배하준이라고 합니다. 1977년생입니다.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지난 2001년 AB인베브 임원(CMO)에서 이번에 오비맥주 신임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오래 전부터 오비맥주 대표는 한국 이름이 있다고 합니다. 지역화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외국회사가 주인인 건 참! 아깝다 오비맥주

맥주시장도 최근에는 복잡한 구도입니다. 카스와 오비 그리고 하이트가 양강 구도로 꽉 잡고 있던 국내 맥주시장에 롯데가 클라우드를 출시했고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요즘엔 하이트의 테라가 ‘승승장구’ 한다고 합니다.

요 사이 수입맥주의 맛에 대해서는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소주와 맥주를 적당한 비율로 섞는 폭탄주를 만들때는 국내맥주를 더 쳐줍니다. 약간의 밍밍함에 소주로 간을 맞춰야 하는 특성상 수입맥주가 제맛을 내지 못합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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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열풍은 지난해부터 불어왔습니다. 가요계도 유재석, 이효리, 비가 뭉친 ‘싹쓰리’ 라는 그룹이 인기입니다. 90년대 복고풍의 노래로 올 여름을 싹쓰리 한다는 컨셉트입니다.

주류시장도 복고바람이 불어 온지 오래입니다. 소주에 이어 맥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오비맥주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요? 오래된 맥주니까요. 

개인적으로 오비맥주는 조금 아깝습니다. 주인이 외국자본이라니요. 반대로 외국회사가 됐기에 이렇게까지 잘 경영했구나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글쓴이 소개]
이승환 작가,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2018 흐름출판),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 뽀개기』(2019 이은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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