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 커피 주가 추이
루이싱 커피 주가 추이

장부에 화장을 하는 이유

분식(粉飾)회계. 잘 알지도 못하는 한자까지 써가며 분식회계를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자의 뜻에 명쾌한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을 할 때 ‘분을 칠하다’, ‘분을 바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분’ 자와 꾸밀 ‘식’ 이 합쳐져 만든 글자가 바로 분식입니다.

장부에 화장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화장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특정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화장을 합니다.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받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사업에 통과하기 위해 등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오늘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분식회계 이슈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무려 스타벅스를 위협한다며 ‘핫’하게 등장 했다가 하루 아침에 몰락한 루이싱커피 분식회계 이슈입니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3800억원 어치 화장을 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루이싱커피
루이싱커피

루이싱커피의 5가지 분식회계 혐의

뉴스를 도배했던 루이싱커피 분식회계, 대체 뭘 어떻게 한 것인지. 루이싱커피의 분식회계를 최초로 주장한 곳은 머디워터스 리서치라는 미국 리서치회사입니다. 이 리서치 회사는 미국에 상장된 부실기업을 찾아내고 공매도를 통해 큰 이익을 창출합니다.

머디워터스는 루이싱커피라는 먹잇감을 발견하고 꽤 오랜 기간 치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머디워터스가 작성한 분식회계 보고서에서는 크게 5가지의 분식회계 정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1) 매장당 하루 커피 판매량, 그 자체가 과대 포장 : 머디워터스는 루이싱커피 주요 매장 약 980개, 매니저와 아르바이트생 약 1500명, 매장의 CCTV와 매니저 단체 채팅방, 영수증 번호 등을 치밀하게 모아갑니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 루이싱커피가 사업실적 발표한 매장당 하루 커피 판매량이 과대 포장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도 다양합니다. CCTV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커피의 수량을 체크하고, 온·오프라인 주문 번호가 차례대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번호가 누락되며 생성되는 것도 발견합니다. 예컨데 271, 272, 273번 순서대로 주문번호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271, 274, 278 등으로 번호를 생성해 하루 판매 수량을 조정하는 식입니다.

2) 주문 한 건당 커피 판매량도 과대 포장 : 주문 한 건당 커피 주문 수량이 많다면, 당연히 주문 건에 비례해서 매출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머디워터스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루이싱커피가 점차 프로모션 비용이 부담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역시 대량 주문 보다는 소량 주문 방식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머디워터스가 조사한 주문 한 건당 커피 수량은 1.14잔이었습니다.

즉, 대부분의 고객이 혼자 와서 한 잔 시키고 나간다는 의미이고 이 한 건당 커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주문 건당 커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루이싱커피의 주장처럼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3) 실제 커피 판매가격도 과대 포장 : 루이싱커피가 5000원이 정가인 커피를 각종 쿠폰과 할인 정책을 통해 실제로는 2000원에 판매(실제판매가격)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머디워터스가 2만5843명의 고객 영수증을 통해 실제판매가격을 정리해 보니 루이싱커피가 주장하는 실제판매가격보다 더 낮았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즉, 루이싱커피는 우리가 아무리 할인과 무료커피를 많이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정가의 55% 수준은 된다고 주장했으나 머디워터스가 조사한 자료로는 정가의 46%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 매장의 거짓 흑자를 숨기기 위한 광고비 과대 인식 : 루이싱커피는 2019년 3, 4분기 시점부터 각 매장이 흑자로 전환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도 이후 루이싱의 주가는 큰폭으로 상승합니다.

여기서 자가당착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하반기 이후 매장별로 흑자를 달성하였다고 하나 이게 거짓임이 발각되지 않으려면 본사 차원의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즉 거짓으로 작성된 매장별 재무제표(우리 매장별로 흑자야! 라고 주장한 사업보고서)의 이익과 실제 매장의 손실을 상쇄할 만한 어떤 비용이 필요했고 이를 광고비로 인식했다는 의미입니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3800억원만큼의 매출이 과대하게 포장됐다면, 이익이나 현금도 3800억원이 증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니 이에 대한 나름의 꼼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만약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과다하게 ‘회계처리’ 된 광고비가 누구에게 어떻게 흘러갔을지도 굉장히 궁금하네요.

머디워터스 보고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쿠폰, 포인트 등을 통해 비용을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할인, 쿠폰, 1+1 등의 회계처리는 그 케이스 별로 매출과 비용을 적절히 인식해야 하는데 워낙 이슈가 많아 분식이 발생할 여지도 많은 부분입니다. 실제로 루이싱커피는 쿠폰을 과하게 발행했습니다.

5) 부가세 신고서를 통해 검토한 결과, 커피 외 다른 상품의 매출도 허위 : 중국의 경우 현장에서 제조되는 커피와 포장되어 판매되는 기타 제품의 부가세가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머디워터스가 검토한 루이싱커피 부가세 신고서 결과와 그들이 주장한 기타 상품의 매출금액이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커피 이외의 다른 상품이나 하위 브랜드 상품들 매출도 거짓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매출과 관련된 분식회계 유형들

분식회계는 재무제표의 이곳 저곳에서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회사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매출, 비용, 자산, 부채 등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럼 루이싱커피처럼 매출을 건드리는 분식회계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첫째, 매출의 시기를 앞뒤로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내년에 발생하는 매출을 올해 미리 인식하기도 하고, 올해 발생한 매출을 내년으로 미뤄서 인식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에 누군가는 미리, 누군가는 나중으로 매출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죠. 어차피 매출은 매출이니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년 일년의 재무 숫자로 인해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면 안될 것입니다.

둘째, 가공매출 만들기, 수량 조절, 단가 조정입니다. 루이싱커피가 주로 활용한 방식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사례는 그나마 있는 매출의 시기를 조정했을 뿐인데 루이싱 커피는 상당히 담대합니다. 그냥 없는 매출 주문번호 조작하고, 판매수량 조작하고, 판매가격 조작하면서 만들어 냅니다.

본래 이런 류의 담대한 분식회계는 혼자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인 특수관계자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루이싱커피 사례는 조금 더 대담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내가 거짓말로 만든 매출이 현금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류의 분식은 시간싸움입니다.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시점엔 들킬 거짓말입니다. 머디워터스가 이를 재빠르게 잡아낸 것입니다.

셋째, 회계 수익인식 기준의 차이 이용입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기업의 고유 성격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매출 회계처리가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팔면서 매출을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떤 회사는 판매 확정계약이 있더라도 실제 물건을 납품하는 데에 2,3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회계처리를 하느냐가 매출 분식회계의 여부를 결정짓기도 합니다.

넷째, 재매입 약정, “지금만 팔았다고 치고 내가 다시 사올게”의  활용입니다. 지금 당장의 매출이 급한 회사라면 특정 거래처에게 지금 매출한 것으로 처리하되, 나중에 내가 다시 사오겠다는 재매입 약정을 하기도 합니다.

순간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추후 이를 다시 취소하는 거래가 생기면서 차후 연도 매출이 감소하거나 비용이 증가하는 일시적인 분식입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일시적인 차이도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머디워터스가 되어야 하나요?

이런 상황은 드문 경우입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번 기업의 매출을 감시해야 할까요? 매출관련 분식회계를 찾아내야 하나요?

누군가를 마음먹고 속이면 그것이 당장 거짓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분식회계도 머디워터스처럼 작정하고 분석하지 않는 한 쉽게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은 또한 시간이 지나면 걸리게 될 확률도 높아지게 됩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야 하고, 앞뒤가 안 맞는 상황도 발생하게 됩니다.

사람 사는 거나 기업 사는 거나 크게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매출 분식회계를 빠른 타이밍에 찾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나름의 방향은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거짓 매출은 결국 현금과 매출채권 재고자산 그리고 포인트(쿠폰)에서 들통납니다. 거짓매출만큼 현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영업현금흐름이 나빠지게 되고, 못 받는 돈이 많아지면서(처음부터 거짓 매출이니) 매출채권과 대손충당금도 증가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매출과 밀접하게 연결된 재고자산 수량과 금액이 이상하게 됩니다.

잘 팔린다는데 재고자산이 갑자기 ‘증가’ 한다면 가장 먼저 매출의 실재성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또한 매출은 매출인데 돈 받고 판 매출이 아니라 포인트(쿠폰)로 만든 매출이라면 회계처리가 명확해야 합니다. 이를 기업이 속이면서 장부를 작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머디워터스처럼 수백 개의 매장을 관찰하고 수천 명 임직원과 영수증을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제시하는 재무제표의 여러 항목이 매출 분식회계와는 관련되지 않았는지 한 번 정도는 쳐다보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대륙의 배포는 상당하네요.

[글쓴이 소개]
김규현 회계법인 마일스톤 부대표(공인회계사/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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